사로잡히지 말아야지

2021. 7. 29. 23:17책 속에서

환국은 법당으로 갔다.

법당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낡은 것들 속에 새로움이 한결 선명한 관음탱화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는 천천히 관음상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미동도 없이 관음상을 응시한다. 오른손에 버들가지를 들고 왼손에는 보병(寶甁)을 든 수월관음(水月觀音), 또는 양류관음(陽柳觀音)이라고도 하는데 아름다웠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청초한 선(線)에 현란한 색채, 가슴까지 늘어진 영락(瑛珞)이며 화만(華鬘)은 찬란하고 투명한 베일 속의 청정한 육신이 숨 쉬고 있는 것만 같다. 어찌 현란한 색채가 이다지도 청조하며 어찌 풍만한 육신이 이다지도 투명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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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 잡히지 말아야, 사로잡히지 말아야지. 예술가도 어떤면에서는 자유를 얻기 위한 투쟁이다. 그러나 자유는 쓸쓸하고 고독한 거야."

 

(길상이 그린 관음탱화를 본 후, 환국과 소지감의 대화중에서)

 

 

 

------------- 박경리님의 '토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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