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꽃 설화'에 부쳐
2023. 7. 27. 21:49ㆍ좋아 하는 시
'치자꽃 설화'에 부쳐
김영숙
사랑이 서럽기야 했겠습니까
다 영글지 못한 인연으로 만나져
내도록 눈썹 밑에 달라붙은 채
눈을 감으나 뜨나 발그림 그리고 섰는
미련이 그리움 까닭입니다
내 전생에 어찌 살아
만나는 인연마다 골이 패이고
설익은 목탁소리에 속 울음을 묻는 것인지
아무런 답을 돌려 보낼 수 없었던
업장이 서러웠던 까닭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만이 번민이 아닙니다
안고 싶은 그 사랑을 밀어내며
힘 풀리어 매달리던 무거운 두 팔
승속을 흐르는 일주문 달빛에 젖어
좀체 떨어지지 않던 한 쪽 다리입니다
정작 서러운 것은, 법당을 서성이다
열린 법당문을 빠져나가던 경종소리 쫓아
인연하나 번번히 맺지도 못하면서
변변하지도 못한 인연하나 못 놓아
산물을 되돌리던 복 없는 영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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